Inspired by THE GHOST MAP 3

1. 귀납적 통섭: 자신만의 전문 도메인에서 습득된 지식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관찰을 통해 또다른 통찰의 습득
2. 정성 조사와 정량 조사의 시너지: 통계와 토박이 지식의 절묘한 조화를 통한 인과관계의 집요한 추적
3. 데이터 비주얼라이징: 커뮤니케이션 속도와 임팩트 증폭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

아아. 이게 얼마만인가.
무슨 반지의 제왕 같은 3부작 영화도 아니고 작년 10월에 시작한 포스팅이 이제서야 완성되다니 말이다.

사실 이 책을 구매하게 된 이유는 개인적으로 좋아라 하는 스티븐 존슨이라는 작가가 썼기 때문이기도 했고 TED에서 보여준 소개 때문이기도 했지만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은 이 강렬한 이미지 한장 때문이었다.


이백년전 만들어진 인류를 구원한 감염지도(Ghost map)
막대그래프로 콜레라로 죽은 사람을 표기. 브로드 거리 한가운데의 펌프를 중심으로 하여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 사실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정보 디자인을 사랑하기도 하지만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있을리 만무한 시대에 예술성이 철철 넘치다 못해 장식에 장식을 더한 예술품이 판치는 시대에 저런 모던한 그래픽을 만들어낸 것도 신기했고 디자이너도 아닌 의사가 정보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갖고 대중들과 커뮤니케이션 한 것 자체도 신기할 따름이었다.

우물가 중심으로 창궐한 콜레라. 존스노가 보기엔 이 악마같은 병 콜레라는 수인성이 분명했다. 실험 결과도 그랬고 역학조사 결과도 분명했다. 문제는 그 당시의 절대적 믿음인 ‘병은 공기를 통해 전염된다’라는 수백년간 전해내려오는 고정관념을 깨기엔 논문을 발표한다거나 열심히 떠들고 다니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

발견이 다가 아닌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단 한명이라도 누군가의 동의가 필요한 일이라면 우리는 내가 아는 지식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발견하는데 드는 노력만큼이나 크나큰 노력을 해야만 한다. 이것이 바로 커뮤니케이션의 디테일이요, 본질이다.

다시말해 상대방의 전적인 ‘공감’을 얻기 위해선 fact, 그 이상의 무언가를 줘야만 한다는거다.

200년전 한낱 의사 따위가! 이런 커뮤니케이션을 생각해내다니!

얼마전 나사가 화성으로 보낸 무인 탐사선 큐리오시티호를 기억하는가? 그때 나사는 큐리오시티호를 화성으로 날려보내는거만 해도 정신없이 바빴을텐데 굳이 고퀄의 영상을 따로 제작해서 발사 2주전쯤 공개했다. 왜 이랬을까. 왜 굳이 저랬을까 싶은데 만약 안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나사는 7000만키로나 되는 무인 탐사선의 화성을 향한 장엄한 여정을 우리가 느끼길 바란거다. 만약 나사가 사람들의 감흥 따위에 관심이 없었다면, 오로지 목적이 ‘탐사선 도착’에만 있었다면 그저 성공 소식을 알리는 홍보자료만 열심히 뿌려댔을거라는 말이다. 이런게 소위 디테일의 차이이다.

회사로 눈을 돌려보자.
회사에서 만들어지는 리서치 문서, 설계 문서, 분석 보고서가 전사적으로 ‘커뮤니케이션’되기 위해 얼마나 연구해보는지.

기획팀은 전략팀에서 넘어온 전략 문서 안본다. 디자인팀은 기획팀에서 넘어온 기획 문서 안본다. 개발팀은 디자인팀에서 넘어온 디자인 가이드 안본다. 누가 문제일까. 안본 사람이 문제일까 만든 사람이 문제일까. 이런게 소위 디테일의 차이라는거다.

개인적으로 설계나 프로토타이핑 할 때엔 항상 여러벌 만든다. 디자인 팀에 전달할 때, 개발팀에 넘겨야 할 때, 기획팀에 넘겨야 할 때. 개발전 사전 리뷰를 받아야 할 때, 실제 개발에 들어갈 때, 한명과 얘기할 때, 다수와 얘기할 때 등등 다 다르게 만든다. 당연히 같을 수가 없다. 보는 사람이 관심을 갖는 부분이 다르고 성향도 다르고(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 이들은 본질적으로 DNA 자체가 다르다고 본다.) 사전 지식이 다르고 분위기가 전혀 다를진데 어떻게 저걸 하나로 만들 수 있나.

그래서 UX하는 사람들은 타부서 사람들이 절대 관심없어하는 리서치 문서를 만화로 만들기도 하고 때론 시트콤 처럼 영상으로 찍어 배포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거다.

흔히들 말하는 디자인씽킹. 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디자인씽킹에 대한 PXD 이재용 대표님의 친절한 설명 버전) 얼핏 듣기에 그냥 ‘디자이너 처럼 생각하세요’라는 다소 뜬금없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하고 마치 비즈니스 세계에서만 쓸법한 단어처럼 들리기도 해서 개인적으로 ‘디자이닝 씽킹’이라는 말이 퍼졌으면 한다. 생각을 디자인 하는 것. 생각을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도록 체계화하여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 상대방의 경험을 고려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것. 이건 분명히 분야를 떠나서 어떤 상황에서도 필요한 행위이자 스킬이라고 본다.

3부작 감염지도의 대서사시를 마치는 이번 편의 주제는 시각화의 중요성이라고 할 수도 있고 정보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라 할 수도 있고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어쨌든 핵심은 내 뇌속의 정보를 누군가 다른 사람의 뇌속에 집어 넣기 위해선 반드시 내 뇌속에 정보를 쌓는 만큼의 노력과 창의력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직업 특성상 이건 상대적으로 개념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능한 디자이너가 잘할 가능성이 높지만 디자이너와 하등 관계 없는 200년전 의사도 잘할 수 있기에 결국 누구나 잘할 수 있다는 것.

(나를 포함하여)노력할지어다.

PS.
- 사실 정보 디자인은 십수년전 대학교 다닐 때도 디자인의 새로운 영역이자 앞으로 아주 중요한 영역이라고 회자되었는데 그뒤로 수많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새롭고 중요한 영역이라고 회자되는 참 신기한 영역이다.
- 그만큼 정말 중요하면서도 ‘정보’라는 형태가 시대적 상황, 기술적 트렌드 등에 따라 늘 가변적일 수 밖에 없기에 늘 새로울 수 밖에 없는 영역이 아닐까 싶다.
- 앞으로 절대 시리즈 물은 쓰면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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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호.

    유익한 포스팅 감사합니다 :)

  • kh

    이게 다 누구 때문인지 알지? ㅋㅋ 나의 게으름을 일깨워준 지노님께 감사.